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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원가 후려치다 골로 간 2023 홍대 잔혹사와 유흥 용어 정리의 쓸쓸한 이면

"야, 이 집 벨기에산 냉동 삼겹살 슬라이스 두께 2.2mm짜리 쓰네. 작년까진 2.8mm였는데 말이지."

내가 단골이랍시고 구석 자리에 처박혀서 스마트폰으로 구글 스프레드시트 켜고 이 짓거리 하고 있으면, 옆 테이블 애들은 내가 주식 차트나 코인 그래프라도 들여다보는 줄 안다. 미안하지만 난 이 가게 사장놈이 손님 모르게 안주 접시 위에서 부리는 잔기술, 즉 마진율 방어하려고 꼼수 쓰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수치화하는 중이다.

내가 왜 굳이 돈 내고 사 먹으면서 이런 피곤한 짓을 하냐고 묻는다면, 2023년 홍대 상권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단골집들의 마지막 발악을 너무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 관찰 기록: 2023년 홍대 뒷골목의 소리 없는 학살

작년 한 해 동안 마포구 어울마당로 일대에서 간판 내린 매장들 스무 곳 넘게 지켜봤다. 망한 사장들은 하나같이 불경기라 손님이 줄었다고 징징대지만, 진짜 폐업 원인은 테이블 위가 아니라 주방 안쪽 식자재 발주서에 아주 투명하게 적혀 있었다.

가장 흔하면서도 멍청한 실패 경로는 메인 식자재의 등급을 낮추면서 자극적인 소스나 양념으로 그 결함을 가려보려던 임기응변이다. 예컨대 작년 여름에 문을 닫은 모 이자카야는 노르웨이산 생연어(Salmo salar) 수입 단가가 kg당 24,000원을 돌파하자, 단가를 아끼겠다고 칠레산 냉동 연어(Coho salmon)로 슬그머니 품목을 변경했다.

해동 과정에서 단백질이 파괴되어 핏물과 함께 특유의 비린내가 올라오니까, 주방장이 선택한 건 홀스래디쉬 소스의 레몬즙 함량을 기존 1.5%에서 3.8%로 강제로 끌어올려 덮어버리는 짓이었다. 손님들 혓바닥이 바보인 줄 아나 본데, 첫 입에 닿는 퍼석한 식감과 과도한 산미 때문에 단골들은 그 주에 바로 발길을 끊었다.

반면 그 지옥 같은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은 '미친놈들'은 메인 식자재 원가율을 건드리는 자살행위 대신, 오퍼레이션의 낭비를 소수점 단위로 통제하는 정교함을 보여줬다. 서교동 골목에서 살아남은 한 야키토리 집은 닭다리살(정육) 단가가 폭등하자, 꼬치 1개당 고기 중량을 35g에서 32g으로 미세하게 줄이되, 꼬치에 끼우는 대파의 비율을 4:6에서 5:5로 조절했다. 대파의 직화 향을 극대화해 손님이 느끼는 풍미의 볼륨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접시당 식자재 원가는 정확히 28.4% 선으로 칼같이 고정해 냈다.

## 현장 단서: 마진을 감추는 화려한 수식어의 맹점

장사나 소비나 본질은 똑같다. 화려한 외관이나 겉포장용 수식어에 속지 않는 눈을 가져야 호구가 안 된다. 밤거리를 헤매다 보면 마주치는 수많은 밤문화나 업계 정보들을 찾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 제대로 된 논현 비즈니스클럽 추천 같은 후기들을 꼼꼼하게 뒤져가며 진짜 가성비와 견적 테이블을 맞추는 것처럼, 홍대 골목에서도 결국 안주 한 접시에 숨겨진 진짜 마진 구조를 읽어내는 놈이 승리한다.

소위 은밀하게 쓰이는 유흥 용어 정리 표들을 뜯어봐도 본질은 일맥상통한다. '정찰제', '룸티 면제', '초이스 무제한' 같은 달콤한 언어유희 뒤에는 어김없이 주류 마진이나 웨이터 팁의 변칙적인 계산법이 깔려 있는 것처럼, 술집 사장들도 교묘한 단어 장난으로 마진을 숨긴다.

홍대의 생존 매장들은 이 심리를 정말 영악하게 역이용했다. 잔당 9,000원짜리 하이볼을 팔면서 산토리 위스키 원액을 정량보다 덜 넣는 짓을 하다간 금방 들통나니까, 이들은 탄산수 완제품 병을 쓰는 대신 업소용 탄산 가스 실린더(CO2)를 직접 연결하는 제조기를 들여놨다.

가스 충전 비용 15,000원으로 하이볼 500잔 분량의 강탄산수를 자체 생산해 버리니, 잔당 탄산수 원가가 기존 300원에서 40원으로 수직 하강하더라. 위스키는 정량대로 꽉 채워서 "이 집 하이볼 맛 깊네" 소리를 듣고, 정작 남는 마진은 탄산수 제조 단가에서 메꾸는 천재적인 비용 설계를 한 셈이다.

## 판단 메모: 당신의 단골집이 내일도 살아있을지 판별하는 법

자, 이제 네가 자주 가는 아지트가 올해도 무사히 버틸 곳인지, 아니면 조만간 부동산 앱에 권리금 매물로 올라올 곳인지 구별하는 팁을 하나 주겠다.

메뉴판을 펼쳤을 때 '모둠 사시미'나 '오늘의 추천 안주'의 구성품이 수급 상황에 따라 매주 바뀐다고 정직하게 적어둔 곳은 일단 안심해도 좋다. 일 년 내내 똑같은 모듬 구성을 고집하는 집은 원재료 가격이 폭등할 때 원가율 방어에 실패해서 필연적으로 쓰레기 같은 대체 식자재를 섞어 쓰다 스스로 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제철에 맞는 생선이나 야채를 새벽 가락시장에서 경매 단가 확인해가며 유동적으로 구성을 바꾸는 사장은 최소한 매일 아침 계산기를 두드리며 생존 마진을 확보하는 진짜 프로다.

다음번에 그 단골집에 가거든 안주 밑에 데코레이션으로 깔아둔 무채나 양배추 슬라이스의 가장자리를 유심히 봐라. 거기가 거뭇하게 갈변해 있다면 그 사장은 지금 당장 눈앞의 100원 아끼려다 손님의 신뢰를 통째로 버리고 있는 중이니, 조만간 발길 끊을 준비나 하는 게 좋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