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값의 절반은 기름값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비꼬는 줄 알았다. 2019년 강남 역삼동에서 A룸을 정리할 때, 매도인이 넘긴 장부를 보고 나서야 이게 비유가 아니라 계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작성자의 추천 사이트에서 룸 관련 용어 정리쯤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은 숫자를 장부로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유흥 용어 정리로는 커버 안 되는 원가의 실체
유흥 용어 정리 문서를 보면 TC, 로테이션, 주대 같은 단어가 나열된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전부 "매출 쪽"이다. 원가는 아무도 정리하지 않는다. 권태운이라는 이름의 그 매도인은 2019년 12월에 장부를 넘기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주대 35만 원짜리 방에서 한 타임 돌리면 남는 게 7만 원도 안 된다."
실제 장부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주대 35만 원 룸의 한 타임 기준, 도우미 TC는 8~10만 원. 술 원가는 주대의 20~25%, 즉 7~9만 원. 룸 관리비 2~3만 원. 여기에 월세 분할분을 넣으면 한 타임당 고정비가 4~6만 원 추가된다. 주대 35만 원 중 매출 총이익은 대략 11~14만 원이다. 여기서 인건비가 나가면 순이익은 한 타임에 5~7만 원.
하루 5타임이면 25~35만 원. 월 22일 영업 기준 550~770만 원. 여기서 월세 1500만 원, 감가상각, 세금을 빼면 손익분기점 근처다. 계산이 안 맞는 거 보이지?
2억 권리금의 실체
그 권리금 2억의 실체는 이거다. 월 순이익 200~300만 원이면 회수 기간이 66~100개월, 즉 5년 반에서 8년이다. 유흥 룸의 인허가 리스크를 감안하면 3~4년 내 회수가 이상적이다. 2억은 월 555만 원 순이익을 가정한 수치다.
그런데 A룸의 실질 순이익은 월 200만 원대였다. 고급 룸(주대 50만 원 이상)과 중간 룸(25~35만 원)의 비중이 4:6인데, 고급 룸 마진율은 18~22%인 반면 중간 룸은 8~12%에 불과했다. 매출은 좋아 보였지만 속은 비어 있었다.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에서 말하는 "매출=이익"이라는 가장 흔한 착각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가격대별 마진율의 함정
주대 20만 원대 룸은 더 심하다. TC 비율이 주대의 30~35%로 뛰고, 술 원가율은 동일하다. 룸 단위 고정비까지 나누면 한 타임 순이익은 2~4만 원 수준. 하루 6번을 돌려도 월 300만 원을 넘기 어렵다.
반면 주대 50만 원대 룸은 TC 비율이 20~22%로 떨어지고 룸 관리비는 거의 동일하니 마진율이 20%를轻易히 넘긴다. 같은 층, 같은 평수에서 주대 20만 원 방 8개보다 주대 40만 원 방 4개가 순이익이 1.5~2배 높다. 임대차 계약서를 볼 때 방 개수에 현혹되면 안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마지막 확인 세 가지
- 현재 주대 40만 원 이상 룸의 비중이 전체 방 수의 몇 퍼센트인가
- TC 정산 주기가 일간인지 주간인지, 그리고 미정산 TC가 있는가
- 라이선스 갱신 시점과 남은 기간, 갱신 거부 이력이 있는가
이 세 가지를 모르면 권리금은 그저 전 주인이 떠나는 비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