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약서 특약사항 4조 2항에 적힌 '원상복구는 최초 임대차 계약 이전의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문구 때문에 결국 사달이 난 거야."
내가 2023년 가을, 홍대 서교동 360번지 인근 지하상가 임대차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의뢰인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대부분의 초보 창업자들은 상권이 살아나면 자기 권리금도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통념에 빠져 산다. 권리금 2억 원이라는 숫자가 찍힌 실거래 내역서만 믿고 샴페인을 터뜨리지만, 임대인의 법적 그물망 앞에서는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실제로 2023년 홍대 어울마당로 라인에서 극과 극의 결말을 맞이한 두 업소의 실거래 내역을 뜯어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동일한 시기에 권리금 2억 원을 조건으로 신규 임차인을 구했던 두 가게가 있었다. 퓨전 요리 주점을 운영하던 A식당은 임대인의 까다로운 조건 제시에도 불구하고 권리금 2억 원을 온전히 쥐고 유유히 엑시트에 성공했다. 반면, 힙합 라운지 바를 표방하던 B업소는 신규 임차인을 데려왔음에도 임대인이 '업종 제한' 카드를 꺼내 들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결국 권리금은커녕 원상복구 비용 4천만 원을 물어내며 쫓겨났다.
B업소가 무너진 결정적 계기는 계약서에 숨겨진 '동종 업종 주선 의무 배제' 조항과 유흥 관련 업종 분류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홍대나 강남 같은 메이저 상권에서 꼼수를 부릴 때 흔히 쓰는 역삼 비즈니스클럽 정보 같은 유흥 용어 정리를 보면, 겉으로는 일반음식점이나 소매점으로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춤을 추거나 음향 장비를 가동하는 유사 유흥 영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B업소 역시 건축물대장상 '2종 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로 등록해 두고 실질적으로는 클럽 형태로 운영했는데, 임대인은 이를 빌미로 "위법 건축물 및 불법 영업 우려가 있는 업종의 임차인은 수용할 수 없다"며 계약 갱신과 신규 임차인 주선을 거부했다.
반면 살아남아 돈을 챙겨 나간 A식당은 애초에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부터 특약 설계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임대차 계약서 특약에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의 동종 업종(식음료 및 주류 판매업 일체) 인수를 거부할 수 없으며, 거부 시 권리금 상당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구체적 조항을 삽입해 두었다. 게다가 인허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처분 이력까지 완벽히 세탁해 두었기에 임대인이 꼬투리를 잡을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권리금 회수 기회가 왔을 때 임대인의 방해 공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독소조항 상쇄 특약'을 계약 시점에 넣어두었느냐이다.
만약 지금 홍대나 유사 상권에서 점포 권리금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상대방이 제시하는 계약서 안의 '원상복구' 범위와 '인허가 승계 협조' 문구부터 자구 하나하나 뜯어고쳐라. 당장 계약서 들고 신뢰할 만한 법률 대리인이나 상가 전문 행정사를 찾아가 특약 검토부터 받는 것이 너희의 전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