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80만 원짜리 룸에서 손님한테 받는 거에서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이거밖에 안 돼요."
2022년 10월, 강남역 인근 A룸 사무실. 전주 B씨가 권리금 2억 원을 받고 넘긴 룸 단위 서비스업 매장의 실거래 내역서를 들여다보던 날, 대리인이 한 말이었다.
원가 장부에서 눈에 띈 것
그 룸은 총 12개실. 단가는 50만·60만·80만·100만 원대로 네 가지 티어가 있었다. 전주가 넘긴 장부에는 월 매출 1.8억, 영업이익률 22%라고 적혀 있었다. 숫자만 보면 그럴듯하다.
문제는 내역서 뒷면이었다. 인건비에서 티어별로 차등 계산한 기록이 있었는데, 80만 원 이상 룸 담당 매니저 인건비가 50만 원 룸 담당의 거의 두 배로 잡혀 있었다. 같은 층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매니저당 담당 룸 수가 다를 뿐, 단가와 직접 연동되는 인건비 차등은 관행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수치다.
확인해보니 80만·100만 원 룸에는 "VIP 전담"이라는 이름의 붙임 근무가 있었고, 그 인건비가 원가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었다. 손님이 80만 원을 쓰면 매니저 인건비 18~22%, 룸 유지비 8~11%, 도우미 수당 구조에 따라 추가 15~20%가 빠진다. 80만 원 중 순수 남는 건 대략 35~40만 원. 50만 원 룸은 매니저 1명이 3개실을 순회하면서 인건비 비율이 10~13%로 낮았고, 남는 돈은 28~32만 원이었다. 절대액은 80만 원 룸이 크지만, 마진율은 50만 원 룸보다 2~4%p 낮은 셈이다.
두 경로, 두 결과
B 전주는 매출에만 집중했다. 80만·100만 원 룸 비중을 늘리고 VIP 전담 시스템을 강화했다. 월 매출은 2.4억까지 올랐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19%로 떨어졌다. 고정비가 비례해서 불어난 거다.
같은 시기, 같은 상권에 비슷한 규모로 들어선 C룸이 있었다. 이쪽은 반대로 50만·60만 원 룸 위주로 티어를 단순화했다. VIP 전담 없이 매니저 순회제. 월 매출은 1.5억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률 27%.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C룸이 훨씬 건강한 구조였다.
"매출이 중요하다"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룸 단위 서비스업 원가 구조를 모르면 매출이 올라간 만큼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매출의 함정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맥락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장부를 읽을 때 반드시 봐야 할 것
첫째, 티어별 인건비가 단가에 비례해서 올라가는지. VIP 전담·상무 붙임 이런 구조가 원가에 전가되면 마진이 계속 빠진다.
둘째, 룸 유지비를 통째로 넣지 말고 면적당으로 환산해야 한다. 100만 원 룸이 50만 원 룸보다 1.5배 넓은데 유지비가 2.5배로 잡힌 사례도 실제로 봤다. 감가상각 기준에 문제가 있는 거다.
셋째, 소모품 항목에서 "기타" 비중. 5% 이상이면 반드시 다시 봐야 한다. 관리자 재량으로 들어가는 비용일 가능성이 높다.
전주가 놓친 것
B 전주는 권리금 2억 원을 받고 나간 진짜 이유가 매출 때문이 아니었다. 원가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채 규모만 키웠고, 고정비 증가에 대응할 장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2억 원이라는 권리금은 사실상 손절매에 가까웠다.
권리금은 매출이 아니라 이익 기반으로 산정되어야 한다. 이 원칙을 모르면 누군가는 "매출 2.4억인데 권리를 2억이요?"라고 되묻고, 다른 누군가는 그 권리를 사서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그 다음 순서는 딱 한 가지다. 원가 장부를 자기 손으로 펴보고, 티어별 마진율을 직접 계산해보는 것이다.